“레이스는 끝났는데, 왜 이렇게 공허할까?”
“대회는 끝났는데, 왜 마음은 이렇게 공허할까요?”
큰 레이스를 끝낸 뒤, 기록과 상관없이 몸보다 마음이 먼저 텅 비어버린 느낌을 경험해본 러너가 많습니다.
몇 달간 이어진 훈련 계획, 매일 울리던 알람, 빽빽하게 채워진 런 플랜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마치 삶의 방향이 잠시 비워진 것처럼 느껴지죠. 이 감정을 러닝 커뮤니티에서는 흔히 ‘레이스 블루(post-race blues)’라고 부릅니다.
레이스 블루는 러닝 슬럼프와 닮아 있지만, 원인은 조금 다릅니다. 러닝 슬럼프가 긴 시간에 걸친 동기 저하라면, 레이스 블루는 큰 목표가 끝난 직후 찾아오는 일시적인 심리적 공백에 가깝습니다. 기록이 만족스러워도, 불만족스러워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.
신경과학·심리 연구에서는 특정 목표를 향해 준비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도파민 등 보상 관련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. 목표가 사라지는 순간 이 보상 루틴이 급격히 줄면서 허무감, 공허감, 동기 상실을 느끼기 쉬운 것이죠. 이 글에서는 레이스 블루를 단순한 우울이 아닌 “다음 시즌으로 넘어가기 전, 러너 성장 루틴을 리셋하는 시기”로 바라보고, 세 단계의 멘탈 회복 + 목표 리셋 전략을 정리해보겠습니다.
레이스 블루 vs 러닝 슬럼프
먼저, 레이스 블루와 러닝 슬럼프의 차이를 짚고 가면 이후의 멘탈 회복 전략을 훨씬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.
레이스 블루
- 큰 대회 직후,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주로 나타나는 감정적 공허감
- “이제 뭘 해야 하지?”, “다음 목표가 없어서 허전하다”와 같은 느낌
- 명확한 목표가 사라지며 동기 시스템이 잠시 멈춘 상태
러닝 슬럼프
- 특정 대회와 상관없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기 저하와 피로감
- 일상, 스트레스, 부상, 과훈련 등 다양한 요인과 결합되는 경우가 많음
둘 다 러너에게 부담이 되지만, 레이스 블루는 잘 관리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. 중요한 것은 “이 감정이 비정상이 아니라, 하나의 과정”임을 이해하고 그 사이에 나만의 러너 성장 루틴을 설계하는 것입니다.
1단계 – 감정 인정하기: “지금은 쉬어야 하는 시기”
레이스 블루, 정상적인 심리 반응이다
러너는 대체로 자기 자신에게 엄격합니다. 완주 직후에도 “이 정도 피곤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?”, “다음 대회 빨리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?”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기 쉽습니다. 하지만 레이스 블루 자체는 비정상이 아니라, 큰 목표가 끝난 뒤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심리·생리적 반응입니다.
큰 경기 이후 선수들이 일시적으로 무기력감과 동기 저하를 경험하며 이를 ‘포스트 컴피티션 블루스(post-competition blues)’라고 부르기도 합니다. 레이스 블루는 러닝 슬럼프의 전조라기보다는, 도파민 보상 회로가 잠시 쉬어가는 “전환 구간”에 가깝습니다.
쉬는 기간은 실력 하락이 아니라 성장 준비
완주 후 2~5일 정도 강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.
이 시기는
- 근육 미세 손상이 회복되고
- 신경계 피로가 정리되며
- 면역·호르몬 시스템이 균형을 되찾는 과정입니다.
즉, 레이스 블루 기간은 실력이 떨어지는 시간이 아니라, 다음 시즌을 위한 ‘리셋 타임’입니다. 이 구간을 의도적인 멘탈 회복 기간으로 받아들이면, 러닝 슬럼프로 깊어지는 것을 막고 보다 건강하게 목표 리셋을 할 수 있습니다.
1단계의 실천 – ‘저널링’으로 감정 정리하기
레이스 블루를 지나가는 데 가장 부드럽고 안전한 방법 중 하나가 저널링(러닝 노트 쓰기)입니다. 대회 다음 날, 혹은 그 다음 날 조용한 시간에 러닝 노트를 펼쳐 다음 두 가지를 적어보세요.
- 이번 레이스에서 잘했던 점
- 다음 레이스에서 보완하고 싶은 점
경기 후 복기, 즉 퍼포먼스 리뷰는 자기 효능감 회복과 동기 재정립에 도움이 되는 전략으로 자주 권장됩니다. 기록에만 매달리기보다, 페이스 전략, 영양 섭취, 레이스 전날 루틴, 응원과의 상호작용 등 “과정 전체”를 적어보면 레이스 블루 속에서도 러너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기 쉽습니다.
이 저널링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서, 다음 시즌의 목표 리셋을 위한 초안이 됩니다. “어디서 힘이 빠졌는지”, “어떤 구간이 즐거웠는지”를 기록해두면, 이후 러너 성장 루틴을 설계할 때 훨씬 구체적인 멘탈 회복·훈련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.
2단계 – 작은 루틴으로 ‘마음의 리듬’ 되찾기
레이스 블루를 이기는 건 거창한 훈련이 아니다
레이스 블루를 극복하려고 곧바로 인터벌, 롱런, 고강도 훈련을 다시 시작하면 오히려 러닝 슬럼프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. 이 시기에는 몸의 피로와 마음의 피로가 엮여 있기 때문에, 중요한 것은 “훈련 강도”가 아니라 “심리적 리듬 회복”입니다.
즉, 레이스 블루 구간에서는 “훈련 계획”이 아니라 “회복 루틴”을 중심으로 한 러너 성장 루틴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. 작은 루틴이지만, 꾸준히 이어가면 멘탈 회복과 목표 리셋 모두에 큰 기반이 됩니다.
레이스 블루 2단계 루틴 예시
아래 루틴은 몸을 과하게 쓰지 않으면서도, 레이스 블루가 깊은 러닝 슬럼프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장치입니다.
1. 매일 10분 걷기
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혈류를 유지해, 피로 물질 배출과 기분 전환에 도움을 줍니다. 가볍게 걷기만 해도 “러너로서의 일상 리듬”이 완전히 끊기지 않게 해줍니다.
2. 짧은 명상 5~10분
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숨만 고르는 짧은 명상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,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.
3. 러닝 노트 5분
“오늘은 10분 걸었다”, “오늘은 러닝 관련 글을 읽었다”처럼 하루 한 줄만 적어도 충분합니다. 이 기록이 쌓이면, 다시 뛸 에너지가 생길 때 자연스럽게 목표 리셋 포인트가 보입니다.
4. 부드러운 스트레칭 10분
햄스트링, 종아리, 둔근, 고관절 위주로 부드럽게 풀어주면 근육 긴장을 낮추고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. 회복 루틴에 스트레칭을 포함하면 레이스 블루 기간 자체가 “몸을 아끼는 시간”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.
이런 작은 루틴을 통해 레이스 블루 → 러닝 슬럼프로 이어지는 흐름을 끊고, 멘탈 회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. 중요한 것은 “매일 조금씩”이라는 감각이지, 강도나 시간 자체가 아닙니다.
3단계 – 새로운 목표 설정: ‘기록’보다 ‘리듬’부터
목표 리셋은 ‘베이스 빌드업’에서 시작하기
레이스 블루의 끝에는 결국 새로운 동기, 즉 목표 리셋이 필요합니다. 하지만 이때 바로 “기록 몇 분 단축” 같은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면 부담만 커지고 멘탈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.
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, 기록 향상 이전에 ‘베이스 빌드업(base build-up)’을 목표로 잡는 것입니다. 예를 들어:
- 주 3회 가벼운 조깅 유지
- 심박수 기반 존2 베이스 만들기
- 10~15km 수준의 편안한 중거리 러닝
- 스트레칭·폼롤러·수분 관리 등 회복 루틴을 습관화하기
이런 목표 설정은 레이스 블루에서 벗어나 “러너 성장 루틴을 다시 쌓는 과정”에 가깝습니다. 기록은 그다음입니다. 먼저 나만의 러닝 리듬이 돌아와야, 다시 강도 있는 훈련과 기록 도전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깁니다.
봄 시즌 대회 달력 살펴보기
멘탈 회복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느껴지면, “다음 레이스를 상상하는 시간”을 가져보세요. 이 과정 자체가 자연스러운 목표 리셋입니다.
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.
- “이번 봄 시즌에 나에게 맞는 레이스 거리는 무엇일까? 10km, 하프, 풀, 트레일?”
- “이번에는 기록보다 즐러닝(Enjoy Run) 위주로 갈까, 아니면 현실적인 PB 도전을 해볼까?”
- “여행과 묶어서 갈 수 있는 레이스가 있을까?”
대회 종류, 장소, 고도, 날씨, 컷오프 타임, 동행 여부 등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이 옵니다. 이 설렘이 돌아오는 순간이 바로 레이스 블루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첫 신호이자, 러닝 슬럼프를 예방하는 멘탈 회복의 마무리 단계입니다.
목표 구상 시트로 ‘러너 성장 루틴’ 설계하기 (CTA)
레이스 블루를 지나 더 좋은 시즌을 만들고 싶다면, 간단한 목표 구상 시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. 아래 항목을 한 페이지에 정리해두면, 자연스럽게 나만의 러너 성장 루틴이 완성됩니다.
- 이번 시즌의 러닝 키워드 (예: “꾸준함”, “즐러닝”, “부상 제로”)
- 나에게 맞는 레이스 거리 (10km / 하프 / 풀 / 트레일 등)
- 주간 훈련 빈도 (주 3회, 주 4회 등 현실적인 범위)
- 하고 싶은 훈련 스타일 (트레일, 로드, 스피드, 롱런, 크로스 트레이닝 등)
- 지난 레이스에서 느낀 장단점 정리 (페이스 전략, 보급, 멘탈, 컨디션 등)
- 회복 루틴 체크리스트 (스트레칭, 수면, 영양, 폼롤러, 명상 등)
이 시트를 작성하는 행동 자체가 레이스 블루를 “끝”이 아니라 “목표 리셋을 위한 브리지(bridge)”로 바꾸어 줍니다. 블로그에서는 이 항목을 기반으로 한 다운로드 가능한 심플 목표 시트를 CTA로 제공하면, 독자의 행동 전환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.
“레이스 블루는 끝이 아니라 리셋 버튼”
레이스 블루는 러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입니다. 하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의 퀄리티, 나아가 러닝 라이프 전체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.
- 레이스 블루라는 감정을 “정상적인 반응”으로 인정하고
- 작은 루틴으로 몸과 마음의 리듬을 회복하고
- 현실적인 베이스 빌드업과 함께 목표 리셋을 시도할 때
레이스 블루는 더 이상 두려운 기간이 아니라, 러너 성장 루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리셋 버튼이 됩니다.
당신은 그동안 레이스 블루를 어떻게 지나왔나요?





